고양이와 꾹꾹이에 관하여
고양이에 대해 흥미가 생기기 시작하고 고양이 관련 콘텐츠를 접하기 시작하면 거의 첫번째로 접하게 되는 고양이의 습성 중 하나, 꾹꾹이.
나는 만화라면 장르 안가리고 다 읽어댔던 만화광이었다. 덕분에 집사가 되기 훨씬 전부터 고양이가 등장하는 만화들을 통해서 자연스레 꾹꾹이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퇴근 후 피곤에 쩔어 집에 돌아온 집사를 고양이가 꾹꾹 누르며 안마를 해주는 장면은 누구나 한번쯤 꿈꿔볼 법한 장면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모든 고양이가 집에서 꾹꾹이를 하지는 않는다. 게다가 막상 꾹꾹이를 받으면 만감이 교차한다. 아프거든.
한번 당하고 나면 무섭지만 또 기대되는 애증의 행위. 꾹꾹이란 대체 뭘까.

꾹꾹이는 어미에 대한 그리움
고양이가 꾹꾹이를 하는 이유는 어린 시절 어미의 젖을 먹을 때 하던 행위를 그대로 기억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어미도, 먹을 젖도 더 이상 없지만 포근했던 기억만 남은 것.
아직 젖을 뗄 시기가 되지 않았는데 어미와 강제로 이별하게 된 아이들에게서 특히나 많이 보인다고 하니 마냥 귀여운 행위라고 보기엔 조금 가슴 아프다. 이 이야기를 들은 뒤론 조로, 나르가 꾹꾹이를 시작하면 혹시라도 엄마를 추억하는 시간을 깨게 될까봐 아주 조심스럽게 움직이게 됐다.
피의 꾹꾹이
고양이의 꾹꾹이 대상은 아이가 정말 안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혹은 물건 한정이다. 때문에 아이들이 나한테 꾹꾹이를 시전하면 마음이 정말 따뜻해진다. 그리고 몸은 정말 따가워진다.
꾹꾹이는 안마가 아니다.
앞서 말했듯 어미의 젖을 효과적으로 짜먹기 위한 행위이다. 게다가 성묘는 아깽이와 다르게 맹수다운 송곳니와 발톱이 자라있다. 여기에 더해서 내가 결리는 부위에 해주는게 아니라 몸에서 피부가 제일 부드러운 부분(목, 옆구리, 겨드랑이 등 같은 부위들)에만 골라서 하기 때문에 매우 따갑다.
당해본 집사들은 이를 일컫어 ‘피의 꾹꾹이’라 부른다.

우리 냥이 꾹꾹이 하게 하는 법!
그래도 꾹꾹이는 좋다. 일단 하는 모습이 너무 귀엽고, 나를 포근한 대상으로 생각하는 마음이 사랑스럽다.
우리 고양이도 꾹꾹이를 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꾹꾹이 유도의 비밀병기는 바로 "극세사 담요"다. 담요는 두께가 있는 편이 좋다. 고양이가 신뢰하는 집사의 냄새가 듬뿍 묻어있는 담요면 더욱 좋다. 어미 품을 연상시키는 극세사 담요에 폭 싸이면 자동적으로 골골송을 켜고 꾹꾹이를 시작하는 녀석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래도 안한다면 그냥 포기하자.
조로와 나르의 꾹꾹이
‘냥바냥’이란 말이 있다. ‘고양이 by 고양이’의 준말로, 굳이 정의해보자면 모든 조건이 동일해도 고양이가 하는 행동이 너무나 천차만별이라는 뜻. 나와 함께 살고 있는 두 녀석도 매우 다르다.
상남자 조로의 꾹꾹이는 격하다. 정석적으로 극세사 담요만 덮으면 와서 마치 리터급 바이크 시동소리 같은 우렁찬 골골송을 부르면서 나를 짓눌러대는데, 심지어 젖을 먹듯이 담요를 쪽쪽 빨아대서 담요가 침범벅이 된다. 한마디로 압축하자면, 아주 귀엽다.

반면 소심한 아가씨 나르의 꾹꾹이는 상당히 흥미롭다. 나르는 절대 다른 곳에선 안하고 내 오른쪽 겨드랑이 아래쪽 옆구리에 파고들어서 자리를 잡은 후에만 꾹꾹이를 한다. 그런데 나를 누르는게 아니라 자기 배를 누른다. (;;;;) 분명 그보다 어미의 젖과 똑같은 느낌이 나는 물건을 찾을 수는 없겠지만 이렇게 한다는 녀석은 듣도보도 못했다. 하지만 암튼 이녀석은 그렇게 한다.

발동조건도 까다롭고, 때론 좀 아프기도 하지만 고양이가 나에게 꾹꾹이를 해줄 때 만큼 내가 신뢰받고 있다고 느껴지는 순간은 몇 없다. 아직 경험 해본적 없는 집사라면 지금 극세사 담요를 주문해보도록 하자. 담요의 두께는 꾹 누르지 않았을 때 1.5~2cm 정도가 적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