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얘기

고양이 합사, 이사, 외출시 꿀템 3종 사용법과 사용후기

조로나르 2021. 10. 15. 03:01

최근 이사를 했다.
이사 직전까지 일에 치여 있던 나는 자연스레 이사 준비를 등한시했고, 이사 당일에야 간신히 포장이사의 도움을 받아 짐을 옮겼다. 본가에서 독립하는 이사였기에 나르는 짐 정리가 완료되는 이틀간은 본가에서 더 머물렀다. 방마다 비치된 박스와 스크래쳐, 캣폴, 나르가 쓰던 숨숨집과 화장실 등 나름 만반의 준비가 갖춰졌다고 생각한 날 나르를 데리고 왔다.
나르는 새 집에 들어온 순간부터 꼬박 하루를 패닉상태로 개구호흡을 하다가 잠들기를 반복했고, 그 후로도 이틀간 사료를 입에도 못대서 그나마 먹는 츄르로 최소한의 탈진만 막아주면서 연명했다. 원래도 겁이 많은 고양이였는데, 같이 살던 조로와 떨어져 혼자 새로운 공간에 툭 던져져서 심하게 겁을 먹은 것으로 보였다. 애기때부터 모든것을 함께한 내가 있으면 되리라고 생각했는데, 고양이에게 이사의 충격은 그런 정도의 문제는 아니었음이 틀림없다.

처음 이사온날 나르는 패닉에 빠져서 네시간을 욕조 안에서 부들부들 떨었다. 진정 시켜주려고 빗어주고 안아주다가 나도 지쳐 잠듦.

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 뒤늦은 후회속에 조금이나마 나르가 진정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이것 저것 알아보다가 발견한 것이 펠리웨이 스프레이였다. 이걸 사용하면서 진핑크색으로 변했던 나르의 코도 어느정도 색이 돌아오고 냄새를 맡아보며 안정감을 찾아가는 것이 눈에 보였다. 진즉에 알아서 이사 전에 활용했더라면, 하는 후회가 들었지만 어쩔 수 없지.
지금 이 글을 보는 여러분은 내가 추천하는 꿀템들을 꼭 참고하고, 이외에도 자신의 고양이에게 맞을 것 같은 방법들을 백방으로 준비해서 이사의 충격으로부터 이 소심한 생물들을 지켜주도록 하자.

1. 고양이의 합사, 이사, 이동이 힘든이유
어떤 문제든 원인을 알아야 해결책에 도달할 수 있다.
지금 다루는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경력직 집사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만한 사실, '고양이는 영역동물'이라는 것.
수시로 자신의 영역을 마킹하고 영역내에만 머물며 지내는 본능 때문에 고양이들은 공간의 변화에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아예 새로운 공간에 가야하는 이사는 말할 것도 없으며 잠깐의 외출도 역시 이들에겐 충격이다. 합사 역시 자신의 영역에 미상의 침입자가 나타난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때때로 싸움으로 크게 다치는 일도 일어난다.

2. 펠리웨이 클래식: 새로운 공간을 익숙하게 느끼게 해주면 어떨까?
공간이 바뀐게 문제라면, 고양이가 그 공간을 최대한 빨리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게 중요하다.
이때 유용한 아이템이 바로 펠리웨이 클래식 시리즈다. 이 시리즈는 고양이가 마킹할 때 주로 쓰는 페로몬을 이용해 만든 일종의 방향제라고 생각하면 된다. 어미 고양이가 새끼 고양이를 보듬어 줄 때도 이 페로몬이 분비된다고 한다. 고양이들은 이 페로몬 향을 통해 집을 보다 안정적으로 느끼고 편안하게 생활하게 되며, 나아가 집사와의 사이도 한층 더 좋아질 수 있다라고 판매자는 설명한다.
펠리웨이 클래식은 훈증기 버전과 스프레이 버전이 나오고 있다.

왼쪽은 홈매트 모기향, 오른쪽은 펠리웨이 훈증기. 규격까지 똑같다.

훈증기는 요즘 많이 나오는 액체 모기향과 동일한 녀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24시간 내내 가동시켜야 하는 제품으로 한 통에 한달 정도 유지된다. 설명서 상에는 약 20평 정도를 커버할 수 있다고 나와있으니 웬만한 원룸에서는 하나만 켜놔도 다 커버 될 듯 하다. 가격은 5개 묶음 기준으로 11만원 (개당 2만2천원 꼴)이다. 훈증기는 정품을 쓸 필요가 전혀 없기 때문에 돈을 아끼고 싶다면 다이소에서 따로 구매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사갈 집에 미리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라면 훈증기만 먼저 꽂아서 집 자체에 향을 채워두는게 이사 시 고양이 충격을 줄여주는데 효과적이다.
나는 항상 켜놓기 때문에 바로 큰 변화를 체감하지는 못했지만 확실히 틀기 전보다 놀이반응도 활발해지고 쉴 때도 푹쉰다고 믿고 있다.

요즘은 동물병원에서도 팔아서, 재난지원금으로 스터터킷을 하나 더 구매했다. 공짜로 생긴기분이라 기분좋아 한 컷




스프레이 버전은 훈증기보다 한층 더 강한 향이 난다. 바로 맡으면 코가 찌릿 할 정도로 냄새가 쎄다. 디퓨저가 지속적으로 도트뎀을 넣는 녀석이라면 스프레이는 좀 더 빠르고 인스턴트한 효과를 노릴 때 사용한다. 외출하기 전 미리 이동장에 뿌려두고, 차안에도 좀 뿌려두면 확실히 찡찡거림이 덜하다.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는 뜻이겠지. 외출시 뿐 아니라 집안에 쇼파나 벽지 등 고양이가 긁지 않았으면 하는 부분에 뿌려주면 스트래치 행위도 줄어든다고 한다. 단기 체감으로는 확실히 훈증기보다 이게 더 좋다. 가격은 3만 5천원으로 결코 싸진 않으나 병원 등으로 외출이 많이 필요한 고양이가 집에 있다면 고려해볼만 하다.

펠리웨이 클래식 스프레이. 용량이 꽤 많아서 언제 다 쓸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3. 컴포트존 시리즈
펠리웨이 클래식과 완전히 동일한 복제 제품으로 '컴포트존 멀티캣'이라는 제품도 있다. 효과는 펠리웨이와 거의 동일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있는 제품이다. 컴포트존은 복제 제품인 대신 가격이 펠리웨이 대비 7~80%선으로 살 수 있어 많은 집사들이 애용했었는데, 이제는 펠리웨이가 정식수입이 돼버렸기 때문에 가격적인 메리트도 사라져서 굳이 복제제품 안쓰고 그냥 펠리웨이 쓰면 된다.

4. 카밍카라 (CALMING COLLAR for cats)
이건 고양이 목에 채워주는 목줄이다. 원리는 펠리웨이와 같으며 목줄에서 항상 페로몬향이 나기 때문에 한두달 차고 있으면 고양이가 안정적으로 변하는게 눈에 띄게 보인다. 불안하고 겁이 많은 아이, 사나운 아이, 합사시 등에 유용하게 사용된다.

카밍카라로 합사 효과본 사람이 제법 있는 것 같다 (출처 인스타그램)

보라색의 고무같은 재질에 하얀 가루들이 좀 묻어 있으며, 이 가루가 사람이 맡아도 좋은 향을 나게 해준다. 페로몬향을 입혀놓은 것이기 때문에 한달에 한번씩 갈아줘야하는 소모품이다. 이것도 컴포트존에서 나오지만 'Sentry'사의 제품이 제일 효과가 좋다고 한다. 아마존에서 세 개를 한 세트에 22.35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운송비 별도)

카밍카라를 채운 나르. 기분이 썩 좋아보이진 않네.


5. 칼멕스 (Calmex cat)
위에 설명한 세 가지 제품은 일종의 아로마 개념 정도로 보면 되기 때문에 지속적인 사용이 필요하고 기대한만큼 극적인 효과를 보지 못할 가능성이 다소 있다.
칼멕스는 이와 다르게 확실한 효과를 보증하는 '약물'이다. 알콜과 같은 작용을 뇌에 일으키는 '카바카바'라는 성분이 들어있다고 한다. 프로포폴 뽕같은 느낌이려나. 외출 2-30분전에 3방울 정도만 먹여도 충분한 효과를 발휘한다고 한다.

개버전도 있다. 포유류라면 뽕맛은 못참지.

아쉬운 점은 위에서 언급한 '카바카바 성분' 때문에 수입이 금지돼서 보통의 루트로는 구하기가 어렵다.

위 아이템들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사용 후 우리 고양이를 찬찬~히 관찰하면 분명 어느정도의 효과는 거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모두들 고양이와 행복하게 이사, 합사, 외출을 다니시길 기원한다.

이사온지 얼마 안된 시점. 고양이들은 긴장하면 코가 진한 핑크색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