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얘기

삼척의 숨은 명소, 공유주방 '비밀키친' 예약방법과 후기

조로나르 2020. 10. 3. 23:09

올해들어 우연찮게 삼척 관련 일을 몇가지 하게 되면서 여러 장소들을 알게 되었다.

삼척은 강릉, 속초, 양양 등 보통 많이 여행지로 선택하는 다른 동해안 지역과는 다르게 아기자기하고 조용한 분위기로 상대적으로 관광객이 많이 적은 만큼 로컬 위주로 운영되는 곳이 많다.

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이 바로 이 곳 '비밀키친'이다.

갈남항이라는 작은 항구 끄트머리에 숨어있는 비밀키친은 2018년 마을 소득창출을 위한 특화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되었다고 한다. 이후 2년이 지난 지금도 아주 깨끗하게 마을 사람들이 잘 관리하고 있는 것 같아 참 보기 좋았다.

우선 나를 이곳에 꼭 가봐야겠다고 다짐하게 만든 단아한 홈페이지(www.gallam.org/)와 갈남마을의 분위기를 한번에 알 수 있는 소개영상을 한번 보고가도록 하자. (시, 군청 같은 곳에서 만들었다고 믿기지 않는 수준으로 영상을 아주 잘 만들었다)

예쁘고 청결하고 외져서 평화롭기까지한 비밀키친.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이용에 대한 정보가 정확히 없다는 것.
그래서 우리가 열심히 찾아 이용한 루트는 아래와 같다.

1. 네이버 공식 번호 0507-1313-3544로 전화
  -> 삼척시 공무원(?) 님께 연결됨
2. 1번의 공무원(?) 님이 갈남마을 이장님 휴대폰 번호를 알려주심. (개인 휴대폰이라 블로그엔 공개를 하면 안될 것 같아 1번 번호만 공개 ㅠ_ㅠ)
3. 이장님께 전화를 드리니 부녀회 총무님 휴대폰 번호를 알려주심. (ㅋㅋㅋ)
4. 총무님과 통화! 간단하게 일정 확인 후 견적 산출 (저희는 세시간 정도 사용할 것 같다고 하니 그럼 2만원만 달라고 하심 뭔가 쿨한 통밥견적 느낌 ㅋㅋㅋㅋ)
5. 그리고 약속한 날짜에 가서 총무님께 전화를 드리면 문을 열어줌. (엄청 친절하시니까 두려움 없이 연락하셔도 될 듯)

갈남항에서 만난 길냥이. 츄르를 주려고 다가갔으나 쇽 뛰어가버림

갈남항에 도착하니 아무도 없는 고즈넉한 바닷가, 그리고 길냥이 한마리가 나를 맞이한다.

만난 녀석 세마리가 모두 똑닮은 치즈냥이었던걸로 미루어보아 이 동네에는 번식력이 아주 강한 치즈냥이 수컷이 한마리 있는 것 같군.

그럼 이제 비밀키친으로 가봅시다.

갈남항이 워낙에 작아 걸어서 1분 정도 걸렸던것 같음.

비밀키친 입구. 마침 서있던 파란색 스쿠터도 어울린다.

원래 있던 집을 개조해서 만든거라고 하는데, 청소도 잘 되어있고 기본 양념이나 식용유도 구비되어 있어 요리에 필요한 메인 재료들만 챙겨오면 됨. 우리는 정보가 딱히 없어서 이것 저것 다 챙겨갔었는데 가실 분들은 참고하길.

여기서 우리가 사온건 토마토 페이스트와 가리비, 와인. 나머지는 원래 있던 재료들

내부에는 주방이 두 개나 되는데다가 4인용 테이블도 두 세트, 2인용 테이블이 한세트가 있으므로 두 커플이 놀러가서 천하제일 요리대회를 열어도 재미있을 듯.

아쉽게 우린 둘이 갔기 때문에 주방을 한개만 사용해서 둘이 먹을 토마토 가리비 스튜 하나만 만들어서 찾아온 길냥이와 함께 나눠먹고, 평상에 누워 파도소리를 들으면서 하늘 구경을 함.. 

서울에 있는 공유키친 후암주방도 이용을 해봤지만 여기는 한층 더 조용하고 우리만의 공간같은 느낌이 들어서 훨씬 좋았던 것 같다.

차로 3분거리에 있는 장호항에서 싱싱한 해산물도 바로바로 공수가 되니,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 보고 싶은 분들은 비밀키친에서 요리하는 재미와 신선한 바다의 맛, 그리고 평화까지 일석삼조를 누려보는건 어떨까.

그럼 오늘은 가리비를 나눠 먹었던 고양이 영상을 투척하며 마무리. (길냥이지만 그래도 염분은 주고 싶지 않아 물로 씻어서 나눠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