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휴가 시기를 놓쳐 9월말에 떠나게 된 휴가.
많은 사람이 그렇듯 나 역시 휴가가기 전 숙소를 정하는데 상당한 정성을 기울인다. 사람들로 복작이는 곳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 성격은 언제나 조용한(다른말로 심심한) 숙소로 나를 이끌곤하는데, 이번에는 바로 '유포리 나의 집'이 그 곳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아주 즐거운 여행을 다녀왔다. 숙소에 들어가자마자 손님을 맞이하는 귀여운 고양이 모녀부터 시작해 구석구석 잘 관리됐음이 눈에 띄는 내부, 조용한 주변환경과 가까운 근처 볼거리들. 춘천이라는 도시 자체에 대한 내 고정관념을 새로 쓸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다만 이 특색있는 숙소를 이용함에 있어 의외의 부분들에서 불편한점도 제법 있었기에 장단점을 한번 적어보고자 한다.
앞으로도 춘천여행을 고려할 때 이 곳은 굉장히 우선순위가 높을 숙소이지만, 여기 적어내려갈 내 경험들을 참고해서 본인에게 맞는 숙소일지 잘 판단해서 결정을 내리도록 하자.
<예약 및 이용>
1. 예약은 카카오톡 채널 '유포리 나의 집'
원래는 에어비앤비로 예약을 받았던 모양인데, 최근 변경됐다. (다른 블로그들을 보니 대충 2021년 7월 정도인듯)
매월 1일 22시에 연박 예약을 먼저 오픈하고, 3일 22시에 1박을 오픈해준다.
연박은 최대 3일까지 가능하다.
2. 가격
- 평일(월-목): 20만원
- 주말(금-일): 24만원
- 성수기: 28만원 (7/11-8/15, 12/17-1/2)
여기에 보증금 10만원을 현금으로 입금해야하고, 연박시엔 할인이 더 들어간다 (2박3일 1만원, 3박4일 2만원)
3. 이용시 주의사항
일단 이 숙소는 숯불 바베큐가 안된다. 뿐만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요리가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고기, 생선, 기름/버터 사용금지. 걍 라면만 먹으라는건가.. 그래서인지 취사도구도 냄비 두개와 인덕션이 끝이다. 이 부분은 아무래도 상관없는 분들도 있겠지만 여행지에서 요리해먹는걸 즐기는 분들에겐 비추다.
그리고 노키즈 펜션이다. 2인만 숙박 가능하니 가족여행을 오고자 하셨던 분들은 스킵. (이것도 최근에 바뀐듯)
그 외에는 일반적인 제재 사항들이므로 읽어만보자. 무지 길다. 아무래도 뭔가 문제가 생기면 상당히 까다롭게 굴 것만 같다.

<만족스러웠던 점>
1. 프라이빗한 독채

이 숙소의 최대 장점은 독채라는 것. 다른 사람과 마주칠일도 없어서 좋고, 무엇보다 마당 평상에서 마스크를 벗고 늘어져 있을 수 있다. 이 경험은 코시국인 요즘은 흔하게 할 수 있는게 아니다.
대문 안쪽에 차 한대가 여유있게 댈 수 있는 주차공간이 마련돼있어서 차를 아끼는 분들도 걱정없이 주차해둘 수 있는것도 장점이다.
입실/퇴실시에도 옛날 사물함에 쓰던 번호자물쇠로 열고 닫고 나가는거라 주인을 볼 일이 아예 없어서 좋다. 아마 이 숙소에서 주인을 보게된다면 좋은일로 볼 일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2. 한옥스타일 퓨전 인테리어
사실 이 펜션을 선택하게 되는 대부분의 이유는 인테리어일 것.
한옥 베이스의 집 내부를 현대인들도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리모델링했다. 외부 기와와 평상, 내부의 창호지 문 같은 운치있는 포인트들은 그대로 살리고, 주방은 나무 소재를 활용해 한옥과 잘 어우러지게 디자인 했다. 여기에 적당히 감각있는 가구와 소품들로 꾸며져있어 머물기에 편하고, 나름 문화적 허영심(?) 같은것도 잘 채워주는 공간이 됐다.

소품도 딱 필요한 것들만 적당한 규모로 갖춰져 있다. 블루투스 스피커, 드립세트, 티팟, 나무로된 리클라이너, 곳곳에 배치된 조명 스탠드들. 절제된 아름다움, 한국식 미니멀리즘을 잘 구현했다고도 볼 수 있겠다. 또 스위치가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인데 내가 사려다가 4구 스위치를 커버 못해서 포기했던 르그랑 스위치를 설치해둬서 소소한 감격이 있었다.

3. 접근성
접근성은 숙소의 프라이빗함과 주변의 조용함을 고려하면 의외로 좋은편이다. 춘천역에서 차로 10분정도 거리라 대중교통으로 놀러다니는 분들도 큰 부담없이 택시로 이동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들어오는건 확실히 괜찮을 것 같은데, 나가는건 과연 콜이 얼마나 잘 잡힐지는 모르겠다.)
네이버에서는 검색해도 잘 안나오고 카카오네비나 다음에서 검색하면 정확한 주소가 나온다.
주소: 춘천시 신북읍 맥국4길 38
4. 고양이가 많다.
사람에 따라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이다. 고양이가 많다. 물론 진성 집사인 나에게는 무한장점으로 작용했다.
혹시나 고양이에게 간식을 주고 싶으신 분들은 절대 사람먹는것 주지 말고 고양이 간식을 따로 사가길 바란다. 사람이 먹는 음식은 염분때문에 고양이에겐 독약이다.
내가 갔을때는 모녀로 보이는 두 고양이가 아예 진을 치고 떠나질 않았는데 이 둘때문에 한층 더 행복한 휴가를 보냈다. 첫날 밤에는 거의 동네 고양이 정모처럼 애들이 몰려들어서 7마리까지는 확인을 했는데, 모녀 고양이중 어미가 제일 독한녀석이었는지 다른 친구들을 다 쫓아내서 그 모녀 고양이 둘과만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아쉬운 점>
1. 연박시 쓰레기 처리 불가
중간에 쓰레기를 비워주지 않고, 버리는 곳도 따로 알려주지 않는다.
숙소 이용 안내에도 나와있는 내용이긴 한데, 막상 겪어보면 무지 불편하다. 불편을 넘어서 치명적이다.
특히 음식쓰레기가 문제다. 버리는 통이 있긴 하지만 그냥 치킨집에서 주는 뼈 통같은 것에 뚜껑만 추가된 빈약한 통이다. 우리는 수육(김치는 겉절이), 떡볶이 딱 이렇게만 숙소에서 먹었는데 2박 3일중 마지막날 아침엔 주방에 있기만해도 냄새가 나서 아예 주방에 들어가지 않았다.
숙소에서 음식쓰레기를 아예 나오지 않게 지낼 생각이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연박은 무리다.
만약 3박4일 있으면 재활용이나 일반쓰레기도 제법 나오지 않을까 싶다.
2. 요리 불가
깔끔한 숙소 관리를 위해서라고 할 수도 있지만 난 너무나 주인지향적으로만 운영되는 숙소라는 인상을 받았다. 안내문 뿐이긴하지만 통제가 좀 지나치게 강하달까.
나는 놀러가면 애인과 같이 음식을 해먹는 재미도 제법 느끼는 편이라 불편했을 수도 있다. 예약전에 꼭 알고 가자. 요리를 좋아하지 않고 원래 사먹는 편인 분들에게는 전혀 문제 없다.
3. 가까운 편의점/마트 및 구멍가게 없음
없다. 근데 뭐 이건 대부분의 펜션이 동일하므로 알아서 잘 준비해오자.
4. 화장실 구조
욕조가 없고, 샤워기를 걸어놓고 쓸 수 없다. 샤워기 걸이가 있긴한데 걸어두면 바로 변기 옆 화장지를 샤워기가 조준하게 되는걸 볼 수 있을 것이다. 안락한 샤워/목욕을 즐기는 분은 좀 불편할 수 있다.
<마치며>
위에 여러가지 장단점이라고 적어 두긴 했지만, 이 숙소는 단언컨데 국내에서 상당히 괜찮은 숙소 중 하나이다. 어쩌면 까다로운 주인의 관리 덕분에 지금 정도의 컨디션으로 계속 운영이 가능한건지도 모르겠다.
요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분들 중 외부의 간섭 없이 조용하게 쉬다 가고 싶은 분들에게는 가히 최적의 숙소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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