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하게 준비해도 합사에 실패할 수 있다
합사 성공률을 높이는 뜻밖의 요인, 큰 집
성공적인 고양이 합사를 위한 정보를 원해서 들어오신 분들을 위해 내 경험담의 결론부터 말하자만, ‘넓은 집에 산다면 다묘가정을 꾸려도 된다.’ 이다.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원짜리 투룸에 살 때에는 도저히 친해지지 못했던 두 녀석이 70평짜리 본가 아파트로 들어오니 각자 영역을 만들고 적당히 잘 지내면서 서서히 친해지더라.
너무 현실적이라 좀 안타깝지만, 이게 현실적인 현실이다.
그럼 여러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합사를 원하시는 분들을 위해 팁을 적어보겠다.
1. 첫 만남시 주의점
합사시 제일 신경써야 할 점은 첫째에게 걱정과 마음의 상처를 최대한 주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를 처음 데려올 때는 절대 ‘메인’집사가 둘째를 안고 오지 않도록 한다. 어느 집이든 사람이 두 명 이상이라면 누가 더 고양이의 애정을 받고 있는지 판단이 가능할 것이다. 그 사람이 둘째를 안고 들어오면 첫째는 자신의 애정전선에 큰 위협을 느끼고 둘째를 더욱 경계하게 될 것이다.
그 집에 살지 않는 친구나 가족에게 부탁해서 둘째를 안고 들어오게 하면 베스트다.
그리고 꼭 사진이나 동영상을 남기자. 당시 나는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찍기보다 그 순간을 눈에 담자는 허세 가득한 주의 때문에 그 순간들을 찍지 않은게 너무 아쉽다. 기억은 흐려진다. 중요한 순간을 어느 정도 눈으로 담았다면 카메라를 들자.
2. 분리기간
둘째가 들어오고 나면 처음에는 서로의 존재만 느끼게 해주고 마주치지는 못하게 해야 한다.
- 차벽 분리
문이 있는 방이 있다면 베스트고, 그렇지 않다면 벽을 쳐서라도 서로를 보지 못하게 하자. 나는 투룸이었는데, 식당으로 쓰는 방 문을 터버리는 바람에 우드락으로 벽을 만들어서 설치했었다.
- 냄새 교환
다만 분리가 되어있는 기간에도 서로의 냄새가 묻어있는 옷가지나 담요 등을 교환해 줌으로써 서로의 냄새를 익숙하게 해주는게 좋다.
- 간헐적 접촉
1주일 정도 차벽으로 완전히 차단하는 기간을 가진 후 벽을 살짝 열어줘서 서로 얼굴만 살짝 보게 하는 간헐적 접촉을 한번씩 시도하자. 빨리 합사하고 싶은 마음에 오랫동안 접촉 시키면 역효과가 날 수 있으니 서로의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정도의 시간만 갖게 하는게 좋다.
어느정도 적응이 된 것 같다면 방묘벽 등으로 분리하되 서로 원할 때 언제든 얼굴을 마주할 수 있게 해도 된다.
이 기간도 약 1주일 정도를 추천한다.
3. 합사
위와 같이 약 2주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면 슬슬 함께 지내도록 해준다. 이 때 잘 관찰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싸울 것 같거나 분위기가 좋지 않으면 NG. 바로 다시 분리 후 3일 정도는 시간을 갖는게 좋다.
- 서로 그윽하게 눈을 마주보고 있으면 바로 떼어놔라. 사람처럼 눈빛으로 애정을 교환하는게 아니라 공격할 틈을 찾기 위해 노려보는 것이다.
- 꼬리가 7자 모양으로 휘어져 내려가 있으면 역시 바로 떼어놔라. 싸움 직전이다.
- 하악질은 말할 것도 없다.
합사가 성공했다고 생각이 드는 순간 싸우는 일이 빈번하므로 합사 초기에는 매의 눈으로 아이들을 관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4. 결국엔 큰 집과 시간이다.
나의 경우 10평짜리 자취방에서 눈물겹게 노력하면서 합사를 시도했으나, 결국 잘 되지 않았다. 그래서 약 세 달간 지내다가 스트레스로 아파진 조로가 먼저 본가로 돌아가고, 이후 나도 어느정도 자취생활이 정리된 뒤 본가로 나르와 함께 돌아갔다.
이때 재미있는 걸 발견했는데 이 녀석들이 본가에서는 그다지 마찰 없이 잘 지냈다는 것.
원래 5인 가족이 살던 집이라 집도 크고 방도 많아 영역동물 두고양이가 마리가 충분히 각자의 공간을 확보했던 것이다. 그렇게 서먹서먹 지내길 벌써 1년 반, 이제는 둘이 같이 잠도 자고, 뛰어놀기도 하는 사이 좋은 남매가 되었다. 합사를 하기에 앞서 여러분의 집이 고양이들이 충분히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크기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냉정하게 살펴보길 바란다. 고양이에게 수직공간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수평공간도 매우 중요하다.
여기까지 합사에 대한 팁과 경험담을 적었지만 나의 결론은 합사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내가 지켜본 고양이는 다른 고양이를 통해서 마음의 안정을 갖지 않는다. 한 사람의 애정을 온전히 받을 때 마음의 안정을 갖는다.
여러가지 사정이 있을 수 있으니 부득이하게 합사를 할 때에는 내 글과 다른 글들을 통해 충분히 경우의 수를 머리에 입력하고 많은 것을 고려하여 둘째 입양을 결정하길 바란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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