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동묘로 키워야 하는 고양이는 어떤 고양이일까?
고양이 성격별로 알아보는 성공적 가능성이 높은 합사 조합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게 된 사연
2015년 조로를 처음 입양하고 한 마리만 잘 키우자 주의로 2년 정도를 부모님과 함께 지내다가 원대한 꿈을 안고 독립을 결심했다. 20대 중반 어학연수를 위해 미국에서 6개월 정도 체류하며 흥청망청 놀던 시절을 제외하면 혼자 살아본적이 없었고, 그때완 다르게 경제적 책임까지 져야 하는 상황이기에 두려움반, 설렘 반으로 계획을 짜나가고 있었다.
집과 가구를 알아보며 차곡차곡 준비를 해나가던 2017년 3월, 서울 반대편에서는 동네 캣맘 역할을 자처하던 친구 집에 임신한 어미 고양이가 눌러 앉는 재미있는 사건이 발생하고 있었다.
그 친구도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어서 어미 고양이만 간신히 키울 수 있고, 아기들이 태어나면 잘 키워줄 수 있는 믿을만한 사람에게 새끼를 보내고 싶어하는 상황이었다.
마침 외로움을 많이 타서 늘 사람과 함께 있기를 좋아하는 조로의 성격 때문에 걱정이 많았던 나는(조로, 세번의 파양 그리고 입양이야기 #2 내용 참조) 둘째가 있으면 내가 회사에 가 있는 동안 조로가 외롭지 않을 것이라는 짧은 생각에 바로 입양을 결심했다.
그땐 몰랐다. 이 결심이 오랜시간 나를 힘들게 할 줄이야.
어쨌든 나는 한 마리의 입양을 결정했고, 그렇게 어딘지 모를 서울 반대편의 친구집에서 나르는 태어났다.

성공적인 합사를 위한 필수 전제조건, 내 고양이의 성격
조로도 나르도 둘 다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운 녀석들이다. 그리고 둘 다 행복했으면 했다. 그래서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도록 공평하게 관심과 사랑을 주었다. 다만 내가 간과한 점은 내 몸은 하나라는 것. 그리고 조로는 관심을 나누길 원치 않았다는 것.
회사에서든 집에서든 그 동안 조로는 어떤 사람을 만나던 친근하게 잘 대해줬기에 당연히 고양이와도 그렇게 지낼 것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둘째에게는 질투심을 느끼는 것 같았다. 늘 관심을 독차지 해왔던 터라 나르와 애정을 나눠 받는 것에 불만을 느꼈던 것.
기본적인 공간 분리와 데려올 때의 주의점 같은 것들만 잘 지키면 무난히 합사가 이뤄질거라는 나의 기대와는 전혀 다르게 조로와 나르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사실 나르는 조로를 좋아했는데, 조로가 나르를 계속해서 밀어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뒤늦게 합사에 대해 더 자세히 찾아보게 되었고 집사의 노력과 상관없이 고양이 본래의 성향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글을 보는 분들은 반드시 미리 충분한 고민과 내 고양이에 대한 답습을 한 후 둘째 입양을 결정하도록 하자. 그리고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외동묘로 예쁘게 잘 키우는 것을 추천한다.
개냥이는 왠만하면 외동묘로
일단 당신이 키우고 있는 고양이가 개냥이라면, 그것만으로도 복 받은 것이니 만족하고 한 마리만 잘 키웠으면 좋겠다.
집사에 대한 애착이 강한 고양이, 말이 많은 고양이 등 개냥이로 분류되는 녀석들은 합사에서 보다 큰 스트레스를 받고 합사가 쉽지 않다. 자신이 독차지하고 있던 집사의 사랑을 뺏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고양이를 대할 때는 사람 아이를 키울 때에 빗대어 생각하면 된다. 둘째가 태어나고 병원에서 처음 집으로 데려오는 순간(첫째가 둘째를 처음 보게 되는 순간) 반드시 둘째를 엄마가 아닌 아빠가 안고 들어오도록 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랄까. 첫째가 서운함을 느끼는 순간 합사는 실패가 될 확률이 높다.

합사 성공률, 조합에 따라 다르다
시기와 조합에 따라서도 합사 성공률이 갈린다. 중성화를 했더라도 성별이 상당한 영향을 미치며 그 다음 나이, 그리고 어떤 고양이가 먼저 와 있느냐다.
합사 난이도별로 몇 개의 조합을 적어보니 둘째를 고려하는 분들은 참고하도록 하자.
1. 난이도 최하: 새끼고양이x새끼고양이
아직 사회에 대한 개념이 완전히 자리잡지 않은 새끼고양이끼리의 합사는 서로 경계를 하지 않기 때문에 비교적 합사가 수월
아깽이 두마리라니.. 상상만해도 너무 귀엽기 때문에 귀염점수 추가해서 난이도 최하로 선정

2. 난이도 중하: 성묘 (4세이전) x 아깽이
보통 새끼 고양이들도 어른을 보면 함부로 깝치지 않기 때문에 천천히 합사 단계를 밟아가면 성공확률이 높음(우리집은 나르가 조로한테 너무 깝쳐서 실패했음. 결국 성격따라감). 암컷 고양이가 성묘인 경우 모성애 때문에 자묘가 들어왔을 경우 잘 돌봐주는 경향이 있다고 함.

3. 난이도 중: 성묘 암컷 x 성묘 암컷
암컷끼리는 영역다툼을 잘 하지 않는다. 야생의 길고양이들도 암컷끼리는 공동 육아를 하며 사이좋게 지내려는 경향을 보일 정도다. 성격만 맞으면 수월한 합사가 가능 (그놈의 성격..)
4. 난이도 상: 노묘 x 아깽이
노묘는 늘 피곤하다. 아깽이가 무한 에너지로 노묘를 괴롭히기 시작하면 보기에도 엄청 불쌍해지는데다가 노묘 역시 매우 신경질적으로 반응한다. 매우 비추
5. 난이도 최악: 성묘 수컷 x 성묘 수컷
영역 다툼이 일어나기 쉽다. 맨날 싸우다가 한 마리는 거의 고자수준으로 나가 떨어져서 구석에서 벌벌 떨 확률이 높음 (실제로 우리집 조로와 내 동생이 3개월 정도 데려왔던 미국 고양이가 이렇게 붙어서 미국 고양이 나가 떨어짐)
합사를 진행할 때 반드시 알아야 할 주의점과 내 경험담에서 오는 팁들은 밤이 늦어서 피곤한 관계로 내일 적겠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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