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번째 고양이 조로가 파양끝에 우리 집에 정착하게 된 사연 두 번째
#2 조로와 함께한 회사생활
사무실에 조로가 들어오고나서 회사생활이 꽤 즐거워졌다.
온갖 애완동물은 다키워본 나였으나 (강아지 오리 고슴도치 햄스터 거북이 메추리 장수풍뎅이 기타 등등) 고양이는 처음이었다.
인터넷으로 나름 지식을 찾아보니 고양이는 화장실을 깨끗이 해주는게 정말 중요하다고 해서 출근하자마자 화장실부터 비워주고 (내가 깜빡하면 꽤 오랫동안 아무도 화장실을 치워주지 않았던 기억.. ㅠ_ㅠ) 밥주고 하루 일과를 시작했었는데, 내가 자기한테 제일 정성을 들이는걸 알았는지 늘 내 옆에 붙어있었다.
작고 가족같이 지내는 회사였지만, 당연하게도 주말에는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당시 고양이를 키우던 회사 형이 고양이는 밥 많이 퍼주고 물만 많이 주고 가면 주말내내 혼자 지내도 전혀 문제 없는
동물이라고 해서 그 말만을 듣고 한 동안 주말에 조로를 혼자 뒀었다.
하지만 지내다 보니 고양이도 정말 외로움을 많이 타는 동물이고, 조로는 특히나 사람을 좋아하는 성향인걸 알게 되어서.. 너무 미안해하며 가급적이면 주말마다 샤워를 시킨다는 핑계로 집에 데려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자주 데려간 덕분에 후에 조로를 사무실에서 키울 수 없게 됐을 때 자연스럽게 아빠의 허락을 받고 입양 할 수 있었다.)
이때는 내 차가 없고 필요할 때 엄카를 빌려서 타던 시절이라,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왔다갔다 하는 경우가 많았다. 회사는 홍대였고 집은 분당이어서 거리가 만만치 않았기에 여러가지 방법을 시도하며 조로를 데리고 다녔다.
대표적인 대중교통 버스, 지하철, 택시 중 제일 편한 방법은 의외로 택시가 아닌 버스였다.
사무실에서 좀 기다려면서 피크타임만 피해서 버스를 타면 거의 앉아 갈 수 있는데다가 지하철보다 한 차에 타는 사람 수가 적다보니 시선을 좀 덜 느낄 수 있었다.
택시는 언뜻 생각하면 편할 것 같긴한데 이게 기사님 따라서 편차가 너무 심해서 가급적이면 이용하지 않는 걸 추천한다. 요즘에야 펫 택시도 있고 카카오택시 승차 전에 기사와 미리 확인을 할 수 있으니 그때보다야 조금 낫겠지만 기사님과 마찰이 생겼던 적이 워낙 많아서 나는 동물 이동수단으로 택시는 비추한다.
한번은 이런 적도 있었다. 금요일까지 새벽 야근을 하고 새벽 2시쯤 나와서 택시를 탔다. 분당가는 콜택시를 부르고 당연히 고양이가 있다고 미리 말씀을 드렸고.. 집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주말의 시작으로 롤을 키고 있었는데 새벽 3시 10분쯤 (열받아서 시간이 정확히 기억남)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는 것이었다. 받아보니 택시 기사였는데, 자기가 나를 내려주고 뒷자리를 보니 고양이 털이 너무 많아서 운행을 할 수가 없으니 청소비로 10만원을 달라는 것.. 씨ㅂ..
일단 조로 이후로도 5마리의 고양이를 가까이에서 겪은 지금의 내가 단언하건데 조로는 털이 거의 안빠지는 고양이다. 그리고 택시 안에서 천가방 이동장 밖으로 꺼내지도 않았기 때문에 털이 많이 날려서 운행을 할 수 없다는 말 자체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뭐 백번양보해서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기사 아저씨한테 “그럼 지금 계신 곳에서 미터기 찍고 저희 집으로 다시 오세요. 제가 고양이 털 청소도구를 가지고 있으니 (돌돌이, 미니청소기 등) 오시면 미터기 값 드리고 청소해드릴게요.”라고 제안했다.
아저씨는 계속 10만원을 요구하고 나는 내가 청소해주겠다를 제안하고 몇 번 서로 주장을 펼치다가 아저씨가 그냥 됐다고 하고 끊더라. (정말 운행 불가능할 정도로 털이 날렸던게 맞는걸까??) 하 오랜만에 다시 떠올려도 빡친다.
문득 타다가 그리워지는 저녁이다.
암튼 고양이를 데리고 다닐땐 자차가 제일 좋다. 다른 상황이 여의치 않아도 일반 택시는 타지 마시길.
쓰다보니 택시 얘기가 너무 길어졌는데 암튼 주말마다 우리집을 찾던 조로는 점점 아빠의 애정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강아지는 또 키우더라도 고양이는 안돼” 라고 못박던 우리 아빠..
지금은 조로 절친이 되어버린 우리 아빠..
아빠랑 조로가 노는 걸 보면 행복해보여서 기분이 좋아진다. 둘의 독서 장면 영상을 투척하며 오늘의 포스팅을 마무리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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