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앞서 말한 여러가지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타투를 하기로 결심했다면 실제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차례다.
1. 도안 작업하기
첫 번째, 연락하기
타투이스트를 정했다면(타투가 처음인 사람을 위한 가이드 1편 참조) 연락을 해야겠다. 연락은 보통 카카오톡 아니면 DM으로 받는데, 인스타그램 프로필에 보통 아티스트(작가) 본인이 선호하는 컨택방법이 적혀있으니 그대로 해주면 된다.
연락하는 방법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막상 하려고하면 "타투이스트에게 연락해서 대체 뭐라고 해야하지? 뭘 준비해야하지?"라는 의문이 떠오른다. 부탁인데, 이런 고민은 넣어두자. 타투이스트가 받는 문의의 대부분이 우리와 같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다. 또한 내가 지금까지 만나본 대부분의 아티스트는 손님과의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것도 본인의 일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미용사의 영업같은 느낌이랄까..)
나는 문외한인 상태에서 전문가에게 접촉해 바보같이 보일 내 모습이 싫어 컨택하기 전 며칠, 길게는 몇 주 동안 고민하던 시기도 있었으나, 지나고보면 그냥 할거면 빨리 하는게 낫더라. 업계 특성상 유용한 정보가 거의 공개돼있지 않은 분야이고, 당신이 아티스트보다 모르는건 당연하다.
(추가) 만약 내가 컨택한 아티스트가 불친절하다고 느껴지면 그 작가는 스킵하는게 좋다. 그림 실력에 관계없이 평생 내 몸에 새겨진 그림을 보면서 기분나빴던 상대방의 말투와 태도를 떠올리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두 번째, 주제와 레퍼런스 전달
아티스트가 갖고 있는 능력을 당신에게 맞게 커스터마이징하기 위해서는 당신의 이야기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전에 어떤 그림을 그릴지 (최소한 어떤 사물이나 동물인지, 레터링인지 추상화인지 등 큰 주제라도 정해놓는 것이 좋다.) 정하고 충분한 레퍼런스를 찾아두는 것이 좋다.
레퍼런스는 1. 컨택할 작가의 과거 작업중 마음에 들었던 작업 2. 다른 작가의 타투 중 마음에 드는 작업 3. 타투가 아니라도 본인 마음에 드는 그림, 사진 등 을 순서대로 준비해두면 의사전달에 용이하다. 다양한 레퍼런스를 수집해두고 이를 펼쳐 작가와 함께 작업방향을 정해나가면 보다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다.
아티스트는 당신을 모르면 당신 마음에드는 도안을 작업할 수 없고, 당신을 전달하기 제일 좋은 방법은 레퍼런스다. 꼭 사전에 충분한 레퍼런스 서칭을 해두기를 추천한다.
세 번째, 도안 확인 및 피드백
본인이 스타일에 맞는 아티스트를 신중하게 골랐고 레퍼런스 서칭 단계를 충실히 했다면 아마 상당히 마음에 드는 도안을 초안으로 받아볼 수 있을 것이다. 초안을 받은 후 세부적인 사항들에 대한 수정을 요청하면 된다. (어느 부분 색을 바꾸고 싶다던가, 요소를 추가하거나 수정하고 싶다던가 하는 부분적인 수정) 전체 도안 자체를 뒤집는 경우도 많지만 전체 수정은 여러번 하면 서로 부담되고 그때부턴 시안비를 요구받을 수도 있다. 아티스트 입장에서는 정당한 요청이기 때문에 이런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레퍼런스 단계를 충실히 하도록 하자.
2. 예산은 어느정도로 잡아야 할까?
타투는 작품이고, 아티스트가 정성껏 작업한 작품의 값어치를 매기기가 조심스럽긴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아티스트와 컨택하기 전에 최소한 내가 "이정도 돈을 모았으니 이정도 타투는 할 수 있겠구나"라는 감은 있어야하지 않겠나. 이레즈미 같은 장르는 내가 안해봐서 전혀 모르고 올드스쿨/뉴스쿨/패션타투 같은 것들을 기준으로 평균적인 가격을 적어봤다.
아래 내용으로 대략적인 예산감만 잡고, 실제 견적은 아티스트와 직접 상의하길 바란다.
a) 타투 가격을 결정짓는 주요 요소
- 아티스트의 인지도
> 매우 당연하게도 아티스트의 인지도는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아주 유명한 아티스트들은 아래 적어놓을 예산 가이드의 1.5~2배까지도 받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아티스트의 인지도와 실력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아티스트 서칭 과정을 더더욱 신중하게 거쳐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인지도 부분은 네이버, 유튜브 등에서 검색이 쉬울 수록 가격이 더 올라간다고 보면 쉽다. - 타투의 크기: 클수록 비싸다. 너무 당연해서 적기 민망하다.
- 도안의 난이도: 같은 크기라도 복잡하고 요소가 많을수록 비쌀 것을 예상하는 것이 좋다.
b) 일반적인 예산 가이드
- 3~5만원
> 이 가격대는 우선 채색은 없다. 블랙타투로만 간단한 선으로만 이뤄진 작업, 100원짜리 동전정도 크기의 아주 간단한 도형(하트 등) - 5~10만원
> 명함사이즈 이내의 간단한 그림이 이 가격대안에 보통 들어온다. 간단하게 디자인된 캐릭터나 올드스쿨 타투의 전통적인 주제들(단검, 닻 등), 팜트리같이 요즘 유행하는 주제들 중 복잡하지 않은 시안들이 가능할 듯 - 20~50만원
> 대략 박수칠때 모양의 손크기(손바닥~손가락 끝까지) 정도 사이즈가 이 가격대에 들어온다.
이 정도 사이즈를 작업하려면 타투이스트는 그 날 이 작업 하나 혹은 두 개 정도까지만 소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거보다 가격이 낮아지기는 어렵다. 또한 이정도가 도안의 난이도와 아티스트 인지도가 제일 크게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사이즈인 것 같다. - 80만원 이상~
> 이 정도 가격대에서는 등이나 옆구리, 팔전체 등 몸의 한 부분을 덮는 사이즈의 작업이 가능하다. 크기에 적게는 80부터 많게는 200만원 이상까지도 생각해야하고 아티스트와 타투를 받는 사람 본인의 물리적인 부담도 적지 않다. 하루에 작업은 어렵다고 보면되고, 채색까지 들어가면 3회 이상의 시술이 필요하다. - 플래쉬
> 플래쉬는 작가가 미리 그려둔 도안들을 일정 가격으로 작업을 해주는 일종의 팝업 이벤트이다. 플래쉬로 작업하면 5-25만원 안에 가능하고 위에 기술한 가격대보다 확실히 싼 가격에 작업이 가능하다. 보통 크루 단위로 함께 진행하는 플래쉬에서 좋은 도안을 작업해주는 경우가 많다.
도안만 마음에 든다면 좋은 타투를 좋은 가격에 받을 수 있는 방법이니 관심있는 작가들의 인스타그램은 항상 팔로우해두고 들여다보는 것을 추천한다.
3. 관리하기
타투를 잘 받았다면 이제 관리가 관건이다. 타투는 상처를 내고 잉크를 넣는 일종의 흉터 같은 것이기 때문에, 타투 사후관리란 상처 관리라고 보면 된다. 일반적인 상처관리와 다른건 새살이 돋아서 원치않는 방향으로 흉터가 나버리면 안되기 때문에 천천히, 염증없이 낫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후 관리는 2주 정도만 신경을 써주면 이후에는 수월하다.
비판텐? 바세린?
타투이스트에 따라 선호하는 약제가 다른데, 어떤것을 사용해도 대세에 크게 지장은 없다. 색조를 많이 쓰는 경우 비판텐이 좀 더 안정적으로 낫게 해주는것 같긴 하다. 비판텐이 바세린보다 조금 더 빡빡하게 발리기 때문에 바를때 상처가 조금 더 아플수 있다.
최초 3일
이 기간에는 왠만하면 술을 먹지 말자. 사실 필자 본인은 타투를 한 날 술을 안마신적이 단 한번도 없긴하지만(...), 타투이스트 친구들도 자기가 타투 받아놓고 술마시는걸 많이 봤지만 술을 먹는것은 어쨋든 안좋다. 술은 상처 염증을 유발하고 타투 부위에 열을 오르게 해서 낫는데 좋을일은 없기 때문. 이 기간에는 2시간에 한번씩은 바세린(비판텐)을 발라서 촉촉하게 유지해주는것이 좋다. 가벼운 샤워는 가능하지만 상처에 물이 닿지 않게 해주는 것이 좋다. 샤워하러 들어가기전에 바세린을 듬뿍 발라서 방어막(?)을 치고 들어가면 좀 낫다.
3일차~7일차
3일이 지나면 일명 '김가루'가 슬슬 나오기 시작한다. 말그대로 김가루같이 생긴게 타투 부위에서 나오기 시작하는데 놀랄 필요는 없고 그냥 딱지떨어지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블랙타투를 받았다면 정말 영락없이 김가루고 색조가 들어간 타투면 그 색깔 가루가 나오기 시작한다. 촉촉하게 관리해놨기 때문에 건조하게 떨어질 일은 없을 것이고 바세린을 바를때마다 자연스럽게 밀려나올 것이다. 밀려나온 정도면 물티슈로 살짝살짝 닦아주고 억지로 밀어서 김가루를 떼어내지는 말자. (억지로 떼면 타투에 땜빵난다.) 이때까지도 샤워는 가볍게만 하는걸 추천한다.
8일차~14일차
이제 상처도 좀 덜아프고 김가루도 어느정도 나왔을 것이다. 그래도 우리의 타투는 소중하니까, 이 기간에도 하루에 서너번은 바세린이나 비판텐을 발라주며 잘 관리해주자. 이 때는 타투 부위에 직접 때수건으로 빡빡 밀지만 않는다면 가볍게 비누칠도 해도 괜찮다. 마지막으로 통증이 완전히 사라지면 타투가 제법 자리를 잡았다는 신호다.
마치며
생각보다 긴 글이 돼버렸는데 여기까지 읽어준 사람이 있다면 감사의 말을 전한다.
타투는 몸에 평생 남는 것이기에 하기에 신중해야하며, 요즘은 너무 흔해져서 개성의 표현이라고 보기도 힘들어서 어설프게 하느니 오히려 타투없는 '깨끗한 피부'가 더 메리트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여전하다.
신중하게 생각하고, 이 글 외에도 여러 자료들을 찾아보고 타투를 결정하길 바라며, 타투를 받기로 결심한 사람들은 만족할 수 있는 예쁜 타투를 받을 수 있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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